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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씽 원더플... 좋은 사람들의 '신·시·모도 삼형제'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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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7-1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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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에서 살던 유년시절, 배를 타고 인근 대청도로 소풍을 떠난 적이 있다. 새벽밥 먹고 도시락 챙겨 용기포 앞바다에 기대감을 뿌리며 경기호에 오른 기억이 생생하다. 섬에서 섬으로 떠나는 여행. 그 짜릿한 쾌감을 지난 주말에 나이 50이 돼 다시 느껴봤다.

인천공항교회를 함께 다니는 자칭 ‘좋은 사람들’의 4번째 나들이. 이날의 미션은 강화도와 남이섬, 오사카·교토 여행에 이은 ‘신도·시도·모도 트레킹’이었다. '신·시·모'는 다리로 서로 연결돼 있어 북도면 삼형제 섬으로 불리는 3개의 섬이다. 5월 치곤 무덥거나 휴일에만 비오거나…. 손대면 심술이 묻어날 것 같은 최근의 날씨가 이날만은 착하게도 얌전했다.

인천 시민은 몇백원 깎아주는 배표를 끊고 삼목항 선착장을 나선다. '섬'씽 원더플이란 표현도 있지 않나. 또다른 섬을 향해 섬을 나서는 상황은 나이와 상관없이 흥분을 선사한다. 뭔가 묘한 희열이, 물살을 시원히 가르는 배처럼 힘차게 가슴을 타고 흘러 지나간다.

사실 영종도와 신도 사이에선 연내 개통을 목표로 지금 열심히 다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래서인지 배가 우리 일행을 내려준 신도와 작은 다리 건너 만난 시도·모도 곳곳에 공영주차장 공사 펜스가 쳐져 있다. ‘아마 다음번 신도 방문 땐 배 차를 이용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새우깡 받아먹기 신공을 보여주는 갈매기들이 앞으론 어디서 ‘간식’을 챙겨 먹을까 하는 싱거운 걱정이 들기도 했다.

시도에서 신도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엔 신도 최고봉(?)인 구봉산에 올랐다. 산 모양을 보니 거의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아홉 개라서 구봉산으로 불리는 것 같다는 확신 비스름한 추측이 바로 들었다. 힘겹게 오른 정상엔 기념석 하나 없었는데, 한편으론 당연한 듯도 보인다. 모르긴 해도 9개의 봉우리들은 아마 지금까지도 자신이 최고봉이라고 우기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 않을까. 사람들 눈치 못채게 봉우리들끼리 실랑이하는 장면을 상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신도 선착장 근처에 있는 횟집 고남정의 물회는 말 그대로 일품이었다. 회도 회지만, 국물까지 다 마셔야할 것 같다고 뱃속에서 계속 신호를 보냈다. 메뉴를 보지 않으면 우동으로 속을 만한 칼국수 맛도 구봉산을 넘어 온 내 허기짐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우리 일행은 아담하지만 인테리어가 돋보인 하라보라 커피숍도 들렀다. 맛이 한번 놀라게 하고, 가격이 또 한 번 놀라게 하는 굴뚝방이 있는 곳이다. 이름이 굴뚝이니 속이 빈 것은 당연하겠지만, 1만원이 넘는 값을 생각하니 좀 속을 채워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도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관광지 치고는 저렴한 편. 영리한 카페 주인이 빵으로 빵빵하게 남겨먹고 커피로 인심 쓰면서 ‘메뉴판 가격’의 균형을 잡는 건 아닌지...

마지막 코스인 모도엔 조각공원이 하나 있는데, 출입구 쪽으로 가서 표를 끊지 않아도, 반대쪽 해안가를 돌아가면 눈팅으로 충분히 작품들을 '감상'가능한 해변이 나온다. 주말치고도 오가는 이가 별로 없다. 아직은 썰렁한 북도면 섬들의 관광지가 다 그러하겠지만, 저 조각공원 주인도 영종도-신도 다리가 개통되길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다리 완공 이후인 올해 가을쯤 오면 이 섬들이 미어터지지 않을까. 그 전에 다시 한 번 들러, 미처 가보지 못한 곳들을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나들이. 돌아오는 배 위에서 휴대폰의 만보기를 봤는데, ‘Good to Best’란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기고 3만보까지 걷는 일석이조, 아니 '일섬이조'의 행복이라니.... 지난 일주일간 운동 한 번 못해준 내 몸에도 제대로 면이 서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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